보건복지부가 수련병원에 보낸 공문이 전공의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전공의들이 파업에 동참하지 못하도록 수련병원 차원에서 막으라고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4일 전국 수련병원에 ‘전공의 복무 관리·감독 철저 및 복무 현황 자료 제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복지부는 공문을 통해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오는 7일 오전 7시부터 8일 오전 7시까지 전면적 업무를 중단하고 14일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에 참여하도록 요청하는 단체행동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며 “수련병원에서는 환자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공의 복무 관리·감독에 철저를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수련규칙 표준(안)’ 제14조(복무 준수사항)와 제38조(휴가의 절차)를 명시했다. 특히 전공의가 휴가를 얻으려면 수련교육부서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수련병원 운영에 지장이 있는 경우 그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또 요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에는 휴가 신청을 반려한다는 부분도 부각했다.

복지부는 7일과 14일 전문과목별 전공의 휴가 승인 현황을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사무국으로 제출해 달라고도 했다.

복지부는 이어 “감염병 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연가 사용 인원을 진료에 차질이 없는 범위 내에서 조정해 달라”며 “특히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분만실 등 필수적인 진료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고 했다.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받은 한 대학병원 교수는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전공의 파업 참여에 대한 책임을 개별 수련병원에 돌리겠다는 것 아니냐. 협박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며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불을 지르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전공의들은 “명백한 협박”이라고 분노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한 전공의는 “복지부가 치사하게 행동하고 있다. 전공의 복무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공문을 보낼 게 아니라 대화 의지를 보여줘야 하지 않느냐”며 “복지부 장관이 언론을 통해 대화를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만나자는 연락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도 무섭다.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등 청춘을 바친 고생이 물거품이 될까봐 두렵다. 잃을 것도 많다. 그럼에도 나서는 것”이라며 “언론 플레이만 하지 말고 장관이 직접 만나서 바닥부터 다시 논의해보자고 하면 우리도 파업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오히려 전공의 복무를 철저히 시키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이번 공문은 오히려 반발만 살 것이다. 수련병원 교육수련부장은 공무원이 아닌 의사다. 이런 공문을 받았다고 무서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이 무엇인지, 전공의나 의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느냐. 수련규칙에 맞지 않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전략 말고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